중국 기차여행의 ‘필수품’, 컵라면

2018-01-17 06:51글|홍우리(한중전문번역가)
中国(韩文) 2018年1期
关键词:酸菜

글|홍우리(한중 전문번역가)

음식도 ‘전염성’이라는 것이 있다.집에 가는 길에 나는 붕어빵 냄새, 아랫집에서 넘어오는 고등어 굽는냄새, 엘리베이터 안에 남은 치킨 냄새…… 익숙한 냄새의 ‘전염성’이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쉽게 뿌리칠 수 없는것 중 최고는 역시 출출할 때 나는 라면 냄새가 아닐까 싶다. 간단하지만 맛도 좋고 한 그릇 먹고 뱃속이 든든해지는 것이(영양학적 가치는 차치하고), 먹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이지만 라면만큼 훌륭한 식사 대체품이 또 있을까?

면 요리가 발달하고 값싼 국수를 곳곳에서 먹을 수 있는 이유 때문인지, 한국인들처럼 라면을 식사 대신 먹는 중국인들은 자주 보지 못한 듯 하다. 다만컵라면을 손에 든 중국인들을 많이 볼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기차역과 기차 칸 안이다.

땅이 넓은 중국에서는 기차를 타고짧게는 하루, 길면 사나흘씩 이동하는것이 예삿일이다. 그러다 보니 기차에서보통 한 끼 정도는 해결해야 하고 하루세끼 모두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금이야 고속열차가 곳곳에 깔려이동시간이 단축되었고, 또 기차 내에서고급 도시락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컵라면만큼 ‘가성비’가 좋은 식품은 여전히없는 듯 하다. 승객들은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은 뒤 미리 준비해 온 컵라면을 꺼내어 정수기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후루룩 소리와 함께 매콤한 냄새가 퍼지면옆자리의 승객도, 옆 칸의 승객들도 가방 속 컵라면을 챙겨 든다.

향신료를 많이 쓰는 중국인들답게중국 컵라면 또한 향이 짙다. ‘솬차이(酸菜, 새콤하게 절인 채소)’가 곁들어진 것이 있는가 하면, 굵직하게 썬 소고기 조각이 든 것도 있다. 순한 맛부터 강한 맛까지 종류가 다양하니 소비자들은 입맛대로, 취향대로 고르기만 하면 된다. 이색적인 것은 중국인들은 컵라면에 작은 소시지 하나를 넣어 먹는다는 것이다. 스프를 뿌리고 뜨거운 물을부은 뒤 엄지 손가락만한 소시지 하나를 넣어 면발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면을 먹기 전 먼저 먹는다. 소시지를 넣어 먹으라고 알려주는 중국인 친구에게왜냐고 물으니 “그냥, 다들 이렇게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인들이 다양한 먹거리 중에서도굳이 컵라면을 선택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품질보장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도시락을 살수 있지만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그맛을 알 수가 없다. 비싼 값을 치르고구입한 소고기 도시락에 소고기가 맛이없다면 실망보다 더 큰 배신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컵라면은 다르다. 진열대의어떤 것을 고르더라도 맛은 다 보장되고양도 많거나 모자람이 없다. 가격은 또어떠한가? 소고기 라면이라고 해 봤자10위안(약 1700원)이면 충분하다. 편리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필요 없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배를 채울 수 있다. 여름에도 뜨거운 차를 마시는 중국인들을 위해 중국공공장소에는 대부분 뜨거운 물이 나오는 대용량 음수대가 있다. 공항, 기차역은 물론이고 오피스 건물에서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따로 뜨거운 물을 준비할필요 없이 컵라면만 구입하면 된다. 아,굳이 젓가락도 살 필요가 없다. 컵라면안에 접이식 작은 포크가 있으니 그것을사용하면 된다.

우리의 ‘삶은 달걀과 사이다’처럼중국인들의 기찻길에서는 컵라면이 빠질수 없다. 강한 향 때문에 민폐가 아닐까싶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집으로 가고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컵라면의 냄새인것이다.

猜你喜欢
酸菜
童年的酸菜
谁打裂了酸菜缸
做啥?做酸菜
母亲和酸菜
主妇安全买菜经
酸菜吃前多洗洗
酸菜培根炒饭
东北酸菜和四川酸菜不一样
娘和她的酸菜坛
我家酸菜“放屁”啦